중국을 출발해 러시아를 향하던 중국 국적 화물선이 우리나라 경북 포항 인근 공해상에서 국내 어선과 충돌해 기름을 유출한 사건에서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이들에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해양환경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중국인 3명과 B회사에 벌금 30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8도11014).
B사 소유의 중국 국적 대형화물선 선장인 A씨와 2등 항해사, 조타수 등 3명은 2017년 1월 중국 강소성 태창항에서 러시아 보스토니치항을 향해 출항했다. 그러던 중 경북 포항 인근 공해상에서 부주의로 조업 대기 중이던 국내 어선을 충돌했고, 사고로 어선에 적재돼 있던 선박용 경유와 윤활류, 폐기물 등 오염물질을 해상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항로주변 감시나 경계, 충돌 위험시 상대방 선박에 주의환기 및 사고 방지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해상을 오염시킨 혐의를 받았다.
UN협약상
배타적 경제수역의 연안국 집행권 인정
재판에서는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유엔해양법협약) 제97조 1항에 따라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유엔해양법협약 제97조 1항은 '충돌 또는 그 밖의 항행사고에 관한 형사관할권을 규정하며 공해에서 발생한 선박의 충돌 또는 선박에 관련된 그 밖의 항행사고로 인하여 선장 또는 그 선박에서 근무하는 그 밖의 사람의 형사책임이나 징계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관련자에 대한 형사 또는 징계절차는 그 선박의 기국이나 그 관련자의 국적국의 사법 또는 행정당국 외에서는 제기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중국 선원 3명 등에
벌금 선고 원심 확정
이에 피고들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유엔해양법협약에 의하면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선박으로부터의 오염을 방지, 경감 및 통제하기 위한 연안국의 법령제정 및 집행권(벌금부과권한 포함)이 인정된다"며 "이에 근거해 우리나라는 해양환경관리법상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업무상 과실로 오염물질을 해양에 배출했고, 사고발생 후부터 현재까지 해양오염을 방지 또는 완화하려는 조치를 취한바 없다"며 이들에 각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