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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신설에 따른 제28조 적용범위의 재조정
I. 사건개요 공소외 법인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식약청으로부터 '리프니놀―초록입홍합 추출 오일복합물'을 개별인정형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의학저널에 실린 피해자들의 논문 전체를 허락 없이 그대로 복제·첨부하였다. 이에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하였고 원심에서 피고인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의 법리와 제28조의 소정의 권리제한 등을 주장하면서 다투었지만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이 상고하였지만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이하, '대상판결'로 줄임)은 상고를 기각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저작물의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는 대립되는 이해의 조정 위에서 성립하므로 공정이용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을 것이 필요한데,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이에 관하여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관한 규정은 2011. 12. 2. 법률 제11110호로 개정된 저작권법 제35조의3으로 비로소 신설되었다) 제23조 이하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사유를 개별적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이므로, 구 저작권법하에서는 널리 공정이용의 법리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인용의 목적이 보도·비평·교육·연구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III. 평석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른바 '주종관계설')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제28조의 요건인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 인용의 목적이나 저작물의 성질 등 6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이른바 '종합고려설'의 관점을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비록 2011년 저작권법(12월 2일 개정법)에서 신설된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적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은 아니었지만, 제35조의3 신설조항과 제28조 기존규정 간에 그 적용범위를 둘러싸고 앞으로 전개될 해석 방향과 관련하여 일정한 적용 기준을 암시하고 있다. 2. 이른바 '주종관계설'의 기원과 그 의미 우리나라 판결들 중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주종관계'를 최초로 밝힌 것은 '사진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대법원 1990. 10. 23. 선고 90다카8845 판결(이하, '① 판결'로 줄임)이다. 위 ① 판결에서의 '주종관계' 법리는 '패러디 몽타주 사진' 사건에 관한 일본 최고재판소 1980(昭和55)년 3월 28일 판결에서 유래한다. 위 사건은 일본의 구 저작권법 제30조 제1항 제2호의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정당한 범위 내에서 절록(節錄) 인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한 해석론을 전개한 판결이었다. 우리의 구 저작권법인 1957년 저작권법 제64조 제1항 제2호도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정당한 범위 내에 있어서 절록 인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조항에 관해 대법원 1991. 8. 27. 선고 89도702 판결(이하, '② 판결'로 줄임)은 '노가바 패러디' 사건에서 "자기의 저작물 중에… 절록 인용하는 것"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종된 자료로 인용하거나 설명하는 자료로 삽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현행 저작권법 제28조나 일본의 현행 저작권법 제32조 그 어디에도 구법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은 "자기의 저작물 중에"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되고 있지 않아서 과연 현행법 하에서도 '주종관계'가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주종관계'라는 조건이 요구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이론(異論)없이 수긍되어 왔다. 문제는 자기의 저작물 중에 타인의 저작물을 종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삽입(Insert)형' 인용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사안처럼 자기의 저작물이 존재하지 않거나 설령 존재하더라도 사소한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저작물을 전부 인용하는 '전유(Appropriation)형' 인용의 경우에 발생한다. 3. 이른바 '종합고려설'의 등장과 그 전개 '전유형(專有型)' 인용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규정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을 최초로 판시한 것은 후술하는 '썸네일 이미지'에 관한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이다. 특히 위 판결에서 '종합고려설'이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종합고려설'이 맨 처음 제시된 것은 '대입 본고사 입시문제' 사건에 관한 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이하, '③ 판결'로 줄임)이다. 위 ③ 판결에서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의 여부 등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주종관계'에 관해서는 '인용된 내용과 분량'을 판단하면서 "개개 문제의 질문을 만들기 위해 그 질문의 '일부분으로' 대학입시문제를 인용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간접적이지만 여전히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관점을 유지하였다. 그런데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서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도7793 판결(이하, '④ 판결'로 줄임)은 위 6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피인용저작물의 '부종적 성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요건의 해석에 관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단초가 마련되었다. 즉, 위 ④ 판결로 인해 자기의 저작물(인용저작물) 중에 타인의 저작물(피인용저작물)을 종적 관계로 끌어들이는 '삽입(Insert)형' 인용 뿐 아니라 자기의 저작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저작물을 전부 인용하는 '전유(Appropriation)형' 인용도 제28조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4. 저작권법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의 신설에 따른 제28조 적용범위의 재조정 문제는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제28조의 적용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하는 논의가 재론(再論)되었다는 점이다.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 관한 위 ④ 판결처럼 '삽입형' 뿐 아니라 '전유형' 인용까지 모두 제28조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는 취지라면,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한 신설된 제35조의3 조항은 별다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종합고려설'의 관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입 본고사 입시문제' 사건에 관한 위 ③ 판결처럼 피인용저작물의 '부종적 성질'을 간접적으로 설시한 것이 아니라 위 ① 판결에서처럼 명시적으로 강조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인용의 정당한 범위와 관련하여 인용저작물과의 관계에서 피인용저작물이 '부종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주종관계'를 명시한 위 ① 판결의 판시취지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6가지 요소의 '종합적 고려'에 의해 판시해야 한다는 위 ③ 판결의 판시취지를, 모두 강조하면서 결합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로써 대상판결은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는 인용저작물과 피인용저작물 간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한 '삽입형' 인용만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고, 이와 달리 제35조의3 '공정이용' 조항에는 제28조가 적용될 수 없는 이용(利用) 양태가 적용 가능하다는 것, 예컨대 '전유형' 인용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함으로써, 제35조의3 조항에 관한 향후 해석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썸네일 이미지' 사건에 관한 위 ④ 판결은 이제 그 역사적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5. 소결 지금까지 제28조의 인용 규정은 공표된 저작물을 전제로 할 뿐 아니라 인용(引用)이 아닌 저작물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까지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제35조의3 신설조항은 그 공표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물의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삽입형' 인용에 대해서는 제28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설시함으로써, '전유형' 인용(引用) 내지 이용(利用) 일반에 대해서는 제35조의3 조항이 적용 가능하다는 쪽으로 그 해석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12-09
의료광고와 영리목적의 환자소개·알선·유인행위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온라인 광고대행 회사(A), 그 법인의 대표이사(B), 안과의원 원장(C)이다. 피고인 B와 C는 A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라식/라섹 수술에 대한 이벤트 광고를 하기로 하고 유상 광고계약을 체결한 후, A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홈페이지에 2008년 3월 11일부터 2008년 3월 24일 까지 '라식/라섹 90만원 체험단 모집'이라는 제목으로 "응모만 해도 강남 유명 안과에서 라식/라섹 수술이 양안 90만원 OK, 응모하신 분들 중 단 1명에게는 무조건 라식/라섹 체험의 기회를 드립니다"라는 이벤트 광고를 게재하고 위 기간 동안 2회에 걸쳐 위 사이트 30만 명의 회원들에게 위와 동일한 내용의 이벤트 광고를 이메일로 각 발송하고, 응모 신청자 중 20명이 90만원에 라식·라섹수수을 받도록 하였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제88조,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 A를 벌금 2백만원에, 피고인 B를 벌금 3백만원에, 피고인 C를 2백만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홈페이지 광고에 대해서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반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직접 수령되는 전자메일을 발송하여 광고한 것은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할 위험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의료법 제88조, 제27조 제3항에 따라 피고인들을 벌금형에 처하였으나 제1심보다는 벌금액이 낮아졌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의료광고는 그 성질상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지니므로 의료광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이 금지하는 환자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료광고행위는 그것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에서 명문으로 금지하는 개별적 행위유형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또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서 정하는 환자의 유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C가 피고인 A를 통하여 이메일을 발송한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의료광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광고행위가 피고인 C의 부탁을 받은 피고인 A와 B를 통하여 이루어졌더라도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III. 평석 1.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의 금지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판시대상 행위의 행위시점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의료법이 이와 같이 환자 소개·알선·유인행위 등을 금지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환자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 등의 비리를 방지하고, 나아가 의료인 사이의 불필요한 과당경쟁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의료인 숫자의 증가와 의료의 상품화 현상으로 인하여 의료시장에서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의료인의 과잉진료 내지 요양급여 과다청구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 본문의 기본 취지는 현재에도 충분히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유인행위의 제한적인 해석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1981년 의료법 개정 당시에 동법 제25조 제3항으로 입법된 것으로서 당초에는 사회적 폐해를 야기하던 소위 의료브로커들의 무분별한 유인행위를 규제하고자 하던데 그 목적이 있었으나, 입법 심의과정에서 그 규제대상이 의료인에게까지 넓혀졌다. 의료브로커들의 활동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직·간접적인 승인 하에 이루어졌던 현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입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유치행위 자체가 기본적인 직업수행의 일부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유인'행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대법원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 소정의 유인행위를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라고 판시하면서도(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도1126판결), 제3자가 개입되지 않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만이 관여한 환자유인행위에 대해서는 "환자유치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는 상당 부분 구 의료법 제46조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의료기관·의료인이 스스로 자신에게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그 과정에서 환자 또는 행위자에게 금품이 제공되거나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현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입법목적이나 의료현실을 고려할 때 타당하다고 생각된다(대법원 2004. 10. 27. 선고 2004도5724판결, 2007. 4. 12. 선고 2007도256판결,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판결). 3. 의료광고 규제 완화의 고려 대상판례에서 대법원이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의료광고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환자의 소개·알선·유인행위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의료광고 규제의 맥락에서 함께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규정된 금지행위 중 특히 유인행위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적용하는 경우 의료광고의 순기능적 성격, 즉 의료서비스 제공자인 의료인 사이의 경쟁촉진과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환자의 정보접근권 내지 선택권의 보장이 저해될 수도 있으므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의료서비스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 의료법은 1951년에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된 이래 의료광고에 대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특정 의료기관이나 특정 의료인의 기능·진료방법에 관한 광고금지조항이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으며(2005. 10. 27. 선고 2003헌가3 결정), 이에 따라 의료법은 2007. 1. 3. 법률 제8203호로 개정되어 의료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일정한 유형의 의료광고만을 예외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의료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보다 폭 넓게 제공하도록 허용하여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와 함께 환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의료광고 관련 의료법 조항이 개정된 점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의 이유 설시를 통해 이 점을 확인한 것은 의료법 개별 조항의 체계적·조화로운 해석의 측면뿐 아니라 의료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별 주체들 상호간의 이해상충의 문제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해결하고자 하고자 한 것으로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제3자가 개입되지 않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의 환자유인행위에 대해서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의료법 제25조 제3항의 환자의 유인이라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광고행위가 의료인의 직원 또는 의료인의 부탁을 받은 제3자를 통하여 행하여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환자의 소개·알선 또는 그 사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여, 현행 의료법 하에서 허용될 수 있는 제3자를 통한 광고행위의 한계를 넓혀 준 것으로 이해된다.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광고보다는 광고대행업체를 통한 의료광고가 늘어나고, 광고수단도 종래의 오프라인 광고에서 인터넷 및 이동통신수단을 이용한 온라인 광고로 변화하고 있는 의료계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의료소비자인 환자의 알권리 신장과 의료인 및 광고대행업자의 직업수행 자유의 보호 측면에서도 대상판결은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대상판결은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저촉될 수 있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하게 해치는" 광고행위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향후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 의료광고의 의료법 제27조 제3항 위반 문제는 대두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2012-10-15
법인이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1. 들어가는 말 헌법재판소는 2012. 8. 23. 방송법 제100조 제1항 제1호가 정하고 있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법인인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법률신문 8월27일자 5면 보도). 다만 위헌법률심판제청법원(이하 '위헌제청법원')이 위헌사유로 든 양심의 자유에 대하여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으나, 이 글에서는 논의를 한정하여 법인에게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법인이 이러한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유지 내지 법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하여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법인의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보았다. 3. 평석 가. 법인이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위헌제청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방송통신위원회라는 행정청이 권력작용을 통해 방송사업자에 대하여 그 신념에 반하여 자기의 행위가 심의규정 위반행위가 된다는 윤리적 판단을 형성·강요하여 사과의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의 왜곡·굴절이며 이중인격 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함을 위헌제청이유로 들고 있다. 위헌제청법원은 법인에게도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전제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인이 기본권의 성질상 허용되는 경우에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양심의 자유는 성질상 법인에게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법인은 공공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정한 회사 정책을 가질 수는 있어도 자연인이 아니어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양심을 향유할 수도 양심의 자유를 누릴 수도 없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방송사업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위헌제청이유를 명시적으로 소개하면서도,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방송사업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법인에 대한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인지,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제재조치가 언론사의 양심의 자유와는 관련성이 적은 문제라고 보아서 양심의 자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가 문제된 1991. 4. 1. 선고 89헌마160 결정에서, 사죄광고의 강제는 양심도 아닌 것이 양심인 것처럼 표현할 것의 강제로 인간양심의 왜곡·굴절이고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형성의 강요인 것으로서 침묵의 자유의 파생인 양심에 반하는 행위의 강제금지에 저촉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적 기본권의 하나인 양심의 자유의 제약이며, 법인의 경우라면 그 대표자에게 양심표명의 강제를 요구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여 사죄광고의 위헌성을 매우 강조한 것과 비교하여 보면,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법인에 대하여는 양심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하여 본다. 참고로 필자는 이 사건 심판대상법률의 소관청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대리하여, 법인은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나. 법인이 헌법상의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인격권이란 일반적으로 권리주체와 분리될 수 없는 인격적 이익, 즉 생명, 신체, 건강, 명예, 정조, 성명, 초상 등의 향유를 내용으로 하는 권리를 말한다고 한다(권영성, 헌법학원론, 2009, 449면 등). 우리 헌법은 법인 내지 단체의 기본권 향유능력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자연인에게 적용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법인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성질상 법인이 누릴 수 있는 기본권에 한하여 법인에게 적용되는 것이다(헌재 1991. 6. 3. 90헌마56). 따라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혼인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자연인인 사람을 전제로 하는 기본권이나 사람의 감성과 관련한 기본권과 같이 자연인으로서 누리는 기본권은 기본권의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없다.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의 자유, 재산권, 언론·출판의 자유, 재판을 받을 권리 등 자연인인 사람을 전제로 하지 않거나, 사람의 감성과 무관한 기본권만이 성질상 법인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인격권을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기본권이라고 보아왔다(헌재 1999. 5. 27. 97헌마137; 헌재 2002. 7. 18. 2000헌마327; 헌재 2003. 6. 26. 2002헌가14 등 다수). 그런데 법인은 감성을 가진 자연인이 아니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가 아니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인격권을 가진다는 것은 논리 모순이다. 물론 법인에게도 인격권 유사의 권리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 사건 결정 또한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한 내용인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 등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김종대 헌법재판관은, "법인은 결사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법률에 의해 비로소 창설된 법인격의 주체여서 관념상 결사의 자유에 앞서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할 수 없고, 그 행동영역도 법률에 의해 형성될 뿐이므로, 자연인처럼 감성에 바탕을 둔 기본권영역은 상정할 수 없거니와 상정할 필요도 없다. …… 법인은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권을 누릴 수는 없지만, 법률에 의하여 법인에게 인격권 유사의 내용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그 범위 내에서 법인은 법률적 수준의 인격권적 권리를 누릴 수는 있을 것이다."고 하여 다수의견에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라고 본다. 법인의 명예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에서 직접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법률상의 권리로서 입법자의 입법형성의 재량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2-09-24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와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
사실관계 경찰관 갑은 순찰 중, 자전거를 이용한 날치기사건발생에 관한 무전지령을 받고, 부근 예상도주로에서 검문을 실시 중, 용의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 검문을 실시하기 위해 정지 및 신분증제시를 요구하였다. 피고인이 경찰관 갑의 정지요구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려 하자, 갑은 경찰봉으로 피고인을 제지, 재차 검문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였다. 평소 검문이 없던 장소로, 자신을 범인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피고인은 경찰관 갑과 다투게 되고, 실랑이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고, 이후 갑의 멱살을 잡아 흔들어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행을 가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을 제지하던 경찰관 을, 병에게도 욕설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공무집행방해, 모욕혐의로 기소되었고, 원심은 유죄를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다투어 항소하고, 항소심은 원심파기, 무죄판결을 하였다. 판결요지 불심검문 제도의 취지상, 정지 여부를 명백하게 결정하지 못한 자에 대하여 경찰관이 일정한 거리를 따라가면서 말로써 직무질문에 협조하여 줄 것을 설득하는 것은 그 신체이동의 자유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정지의 목적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상대방의 임의에 맡겨져 있는 이상, 경찰관이 질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힌 상대방에 대하여 수갑을 채우거나, 신체를 잡거나,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 등이 진행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사용하여 막거나,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상대방이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중략)…피고인이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경찰관 갑이 그 앞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여 피고인이 가지 못하게 하면서 계속 검문에 응할 것을 요구한 행위는 언어적 설득을 넘어선 유형력의 행사로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불심검문의 방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 들어가는 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상, 불심검문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피검문자를 정지시켜 질문함으로써, 불심점을 해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통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이해되는데, 검문을 위한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피검문자가 응하지 않는 경우,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하여, 경찰관이 유형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기존 견해의 검토 불심검문의 목적을 위해서, 피검문자의 정지는 필수적이다. 만일 피검문자가 경찰관의 정지요청에 불응한다면 경찰관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관련한 견해를 살펴보면(佐木史朗, 田宮裕, 河上和雄, 加藤晶 編, 警察關係基本判例解說100, 別冊 判例タイムズ No.9, 1985, 23頁), 불심검문은 임의처분으로 어떤 형태로든 유형력 행사는 사실상 인신구금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엄격임의설). 그러나 불심검문의 실효성을 고려할 때, 체포, 구속의 강제처분에 이르지 않는 한계 내에서 유형력이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제한적 허용설, 제약설) 지배적이다(신동운, 형사소송법 제3판(서울 : 법문사, 2005), 76면; 실력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중범죄에 국한, 긴급체포도 가능한 상황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예외적 허용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서울 : 박영사, 2010), 196면). 제한적 허용설도 여러 변형이 있는데, 임의, 강제처분 외에'실력'의 중단단계를 설정하고, 정지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려는 피검문자를 추적, 제한된 시간 내에 어깨, 팔 등을 잡는 예처럼, 본질적으로 설득적 범위를 넘지 않는 한, 허용될 수 있다는 견해(실력설), 실력설은 임의, 강제처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형사소송법의 사법적 통제를 무력화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불심검문을 순수한 임의처분으로 본다면, 경직법에 별도의 규정을 둘 필요도 없음에서, 피검문자의 용의정도와 구체적 사실관계 하의 급박성을 고려, 상응하는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단순히 임의의사에 따라 정지를 구할 수 있는 경우를 동시에 규정한 것이라는 견해(光藤景皎, 口述 刑事訴訟法 上(第2版)(東京 : 成文堂, 2000), 6頁), 불심검문과 본격적 범죄수사활동의 단계적 구분의 모호성과 가변적 성격에서, 범죄수사와 동일한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일정한 한계 내의 강제력 사용은 불가피하여, 이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라는 견해(강제설, 田宮裕, 刑事訴訟法 新版(東京 : 有斐閣, 2001), 58-59頁) 등 있다. 한편, 임의설 입장에서도, 규범적 관점에서 상대방에게 재고, 협력을 촉구하기 위한 설득은 허용된다는 견해(규범적 임의설, 설득설), 임의처분으로, 피검문자에게 거부의 자유가 유보되어 있으나, 실효성을 고려, 신체구속에 이르지 않는 정도의 유형력 행사는 충분히 긍정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변형이 있다. 3. 일본, 미국의 관례사례 검토 (1) 일본 경직법 제2조와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 일본 경직법 제2조는 불심검문에 해당하는'직무질문'을 규정하고, 동조 3항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규정에 의하지 않는 한, 신병구속이나 경찰관서에의 연행, 답변의 강요를 금지하여, 임의처분성을 명시한다. 반면, 판례는 제한적 허용설에 가깝다. 최고재판소는(最判平成6·9·16刑集48卷6420頁) 각성제사용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정지요구에 불응, 차량을 운전, 검문현장을 이탈하려하자, 경찰관이 차창을 통해 손을 넣어, 자동차키를 제거, 이후 약물검사를 위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까지 약 6시간 반을 검문현장에 유치시킨 예에서, 설득행위의 한도를 넘어, 이동의 자유를 장시간에 걸쳐 박탈한 점에서, 임의수사로서 허용범위를 일탈한 위법이 있지만, 경찰관에게 피검문자의 유치의도가 없고, 제지행위의 강도가 높지 않은 반면, 제지행위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높고, 불가피한 면을 지적, 영장주의정신을 몰각시킬 정도의 중대한 위법은 없다하여,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를 적법하다 판시하였다. 이외에, 불심검문을 위한 임의동행 중, 도주한 피검문자를 경찰관이 약 300미터 정도 추적, 손으로 어깨를 잡아 제지한 경우(最決昭和29·7·15刑集8卷71137頁), 소지품 내용제시를 요구받은 피검문자가 도주하자, 정지요구를 위한 추적행위(最決昭和29·12·27刑集8卷132425頁; 最決昭和30·7·19刑集9卷91908頁)를 적법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유사한 사례를 하급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정지요구에 불응한 피검문자의 진로를 방해한 상태에서 질문한 경우를 적법하다고 하거나(東京地決昭和47·12·8刑裁月報4卷122035頁; 島高判昭和51·4·1高刑集29卷2240頁), 차량검문 중, 정지신호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에 대해, 운전석 손잡이를 경찰관이 양손으로 잡아 저지한 경우(東京高判昭和34·6·29高刑集12卷6653頁),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피검문자가 검문에 불응하자, 창문으로 팔을 넣어, 핸들을 잡아 정지시키거나(東京高判昭和45·11·12判タ261352頁), 검문에 불응하는 운전자를 제지 하기 위하여, 제시한 면허증을 반환하지 않고, 진행을 저지한 예(東京高判昭和57·4·21刑裁月報14卷3·4245頁) 등이 있다. (2) 미연방대법원의 Terry stop 및 free to leave test 불심검문(police stop)에 관한 대표사례로 Terry v. Ohio, 392 U.S. 1(1968)사건을 들 수 있다. 상점 밖에서 내부를 주시하며 서성대는 피검문자들에 대하여 강도혐의를 의심한 경찰관이 이들을 정지시켜, 신원확인 등 질문을 하고, 답변을 주저하는 사이에, 의복을 외부에서 가볍게 접촉, 총기휴대를 확인하여 체포하고, 불법무기소지혐의로 기소한 사안이다. 미연방헌법 수정 제4조가 금지한 불법한 구금, 압수수색임을 주장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미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의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을 전제로 구금(arrest)과 압수수색(search & seizure)에 이르지 않는 제한된 범위에서 피검문자를 정지시키고(short stop or briefly detain), 흉기소지여부 조사(frisk)하는 것은 수정 제4조에 위배되지 않아 허용될 수 있다 하여, 주 법률 등 근거한 경찰의 기존 불심검문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아울러, 경찰관의 질문에 피검문자의 답변의무가 없다고 하였다. 다만 체포와 정지의 구별에 대하여, 경찰관이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경찰관으로서의 권한을 이용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피검문자의 자유를 제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불심검문을 위한 정지가 아닌 체포로 볼 수 있는데, 사안의 경우, 흉기조사(frisk) 전 단계까지는 아직 체포에 이른 것은 아니라고 판시, '정지'개념 및 경찰관의 유형력와 관련해서는 다소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였다. 불심검문 과정의'정지'개념과 경찰관의 유형력 행사문제는 이후 United States v. Mendenhall, 446 U.S. 544(1980)에서 구체화된다. 공항광장을 보행 중인 여성 피검문자에게 사복차림의 연방 마약수사관이 접근, 수사관 신분을 밝히며, 신원확인 및 탑승권 제시를 요구한 경우로, 미연방대법원은 다수 경찰관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거나(threatening presence of several officers), 휴대한 무기를 보여주는 경우(display of weapon by officer), 피검문자의 신체에 대하여 물리적 접촉이 이루어거나(some physical touching of the person), 강요적 언어 또는 억양이 사용된 때(use of language or tone of voice indicating that compliance with the officer's request)와 같이, 합리적 일반인의 시각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현장을 이탈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때에는(in view of all of the circumstances surrounding the incident, a reasonable person would have believed that he was not free to leave), 사실상 체포에 해당하고, 사안에서 검문장소가 대중인 운집한 광장이고 수사관들이 제복을 입거나 무기를 보여주지 않았으며, 단순히 보행 중인 피검문자에게 접근하여, 연방수사관의 신분을 밝힌 상태에서 질문한 것에 불과하고, 신원확인과 탑승권 제시를 요구(request)하지 않고, 요청(demand)한 경우로, 수정 제4조의 체포에 해당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free to leave test; 동일한 취지의 판례로, Florida v. Royer, 460 U.S. 491, 103 S.Ct. 1319, 75 L.Ed.2d 229(1983); 반면, 피검문자가 탑승 중인 버스 내에서 검문이 이루어져,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장소를 이탈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으로, free to leave test의 적용이 적절치 않음에 착안, 검문장소에서의 자유로운 이탈이 아니라, 경찰관의 요청을 자유롭게 거부하거나 검문상황을 종결할 수 있는지에 의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예로, Florida v. Bostik, 501 U.S. 429 111 S.Ct. 2382, 115 L.Ed.2d 389(1991)). Terry stop에서 말하는 '정지'개념에 의하면, 경미한 신체적 접촉 또는 무형력이라도, 합리적 일반인으로서 피검문자가 자유롭게 검문상황에서 이탈할 수 없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우는 강제적 구금에 해당하여, 엄격임의설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한다. 4. 대상판례의 검토 기존에 임의동행 관련 판례에서 불심검문의 임의적 성격을 명시한 예도 있지만(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도1240 판결 등), 대상판례는 불심검문의 정지요구와 관련, 임의처분성을 확인하고, 피검문자의 거부의사에도 불구, 언어적 설득을 넘어, 유형력 행사가 있는 때는 강제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 엄격임의설 내지 설득설에 근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문의 실효성, 범죄예방적 효과를 고려 못한 경직된 판단기준임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심검문이 과거 악용된 사례(불심검문의 역사적 기원은 2차대전 이전, 일본 행정경찰규칙에서 찾을 수 있다. 동 규칙은 경찰관이'의심스러운 자를 발견한 때는 취규(取りし)하고, 상황에 따라 지구내 출장소로 연행(連行)할 수 있다'고 규정, 강제적 색채가 강하였다)가 있고, 이후 반성적 태도에서 경직법 제정 시부터 지금까지 임의처분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통계 상 수사단서 가운데, 불심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점 등을(2008년 통계에 의하면 총 2,020,209건의 범죄사건 중, 175,555건(8.7%)에서 불심검문이 수사단서가 되었다. 2009년 경찰통계연보, 156-157면)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제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불심검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형력 행사 보다는, 피검문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최소화하고, 임의적 협력을 유도하는 세련된 검문기법을 모색함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으로 생각된다. 상고 중인 대상판례는 다소 제한적 의미를 갖지만, 경직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으로, 한국판 Terry stop의 기준을 제시한 리딩케이스로 평가된다. 상고심 판단을 흥미롭게 기다본다.
2011-12-19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의미
1. 사실관계 1) 원고 추OO, 김OO, 문OO는 학교법인 A학원의 이사들이었고, 원고 김OO, 우OO는 A학원의 감사들이었다. A학원이 운영하는 OO대학교의 총장 손OO이 교수임용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2004년 4월27일 구속된 것을 계기로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2004년 6월21일부터 같은 해 7월8일까지 A학원과 OO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후 2004년 9월15일 A학원에 거액의 교비자금의 법인회계로의 전출 등 여러 위법행위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2004년 11월1일까지 피고가 요구하는 시정사항을 이행하고 위 기일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것임을 계고하였다. 2) 피고는 2004년 12월24일 A학원이 일부 시정 요구사항에 대하여는 이행하였지만 대부분의 시정요구사항이 이행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제20조의2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소외 김△△, 박△△, 오△△, 윤△△, 이△△, 최△△을 A학원의 임시이사로 임명하였다. 3) 원고들은 피고가 지시요구한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은 단기간 내에 이행하기 어려운 것들로 불가능한 조치를 요구한 피고의 시정요구는 부당하며, 설령 피고의 시정요구가 적법하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의 시정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두 성실히 이행하였으며, 이 사건 교비회계의 불법집행은 원고들이 아닌 총장에 의하여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원고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정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원취임 승인취소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임원취임취소처분 및 임시이사선임처분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고(2006. 1.18, 2005구합3943)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2006. 11.14, 2006누5177).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였다. 원고들은 원심변론종결일 이전 또는 상고심에 이르러 모두 정식이사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며, 임시이사들 역시 원심별론종결일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어 새로운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 2.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판결의 요지 1) 제소 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 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 당사자 사이에서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2)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의 계속중 임기만료 등의 사유로 새로운 임시이사들로 교체된 경우,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과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보게 되면, 원래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계속중인 소를 취하하고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을 별개의 소로 다툴 수밖에 없게 되며, 그 별소 진행 도중 다시 임시이사가 교체되면 또 새로운 별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등 무익한 처분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법원이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여 그 위법성 내지 하자의 존재를 판결로 명확히 해명하고 확인하여 준다면 위와 같은 구체적인 침해의 반복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에서 기판력에 의하여 최초 내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위법성을 다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선임처분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효력을 쉽게 배제할 수 있어 국민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된다. 3) 그러므로 취임승인이 취소된 학교법인의 정식이사들로서는 그 취임승인취소처분 및 임시이사 선임처분에 대한 각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고, 나아가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 도중에 선행 임시이사가 후행 임시이사로 교체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선행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그동안 우리 행정소송법에서 가장 논란이 많이 되어 왔던 조항 중의 하나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규정일 것이다.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계적으로 그리고 문언상으로 볼 때 동 조항은 이른바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즉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은 부인되나 다만 그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원고적격이 인정된다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리적 해석을 따를 경우에 법리상으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다수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전단의 법률상 이익을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법률상 이익구제설)으로 보아 이러한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은 원칙적으로 부인되어지고 예외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근거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 보호규범이론에 따라 개인적 공권의 개념에 해당된다면(憲裁決 1998. 4.30, 97헌마141 ; 鄭夏重, 獨逸公法學에 있어서 權利의 槪念, 行政法硏究 6호, 2000. 10, 30면 이하 참고), 이미 실효된 처분에 있어서는 원고의 권리가 원칙적으로 침해되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러나 이미 강제집행된 위법한 철거명령 및 기간이 경과된 영업허가의 위법한 정지처분, 집회의 위법한 해산명령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실효된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도 상대방의 권리가 얼마든지 침해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러한 왜곡을 피하기 위하여 판례와 학설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을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원고는 실효되지 않은 처분과 마찬가지로 실효된 처분에 의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받는다. 다만 이미 처분이 실효되어 그의 취소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어 각하판결을 받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예외적으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에 따라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권리보호의 필요가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737면). 그러나 이로부터 또 다른 의문점이 발생된다. 과연 실효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가능한 것일까? 또한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은 전단과 동일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인가? 4. 종래 판례의 입장 종래 판례는 12조 후단의 소송은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할 지라도 여전히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으며, 아울러 동 규정상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으로 판시하여 왔다.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결과적으로 실효된 처분의 있어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판례는 인·허가처분의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는 일관되게 소의 이익을 부인하여 왔다(大判 2001. 2.23, 200두9472 ; 1995. 7.11, 95누4568 ; 1993. 7.27, 93누3899 ; 1991. 7.23, 90누6651). 또한 행정처분이 그 집행에 의하여 또는 공사 등의 완료로 인하여 그 목적으로 달성한 경우에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7. 4.26, 2006두18409 ; 1996. 11.29, 96누9768 ; 1994. 1.14, 93누20481). 그리고 판례는 일련의 절차에 따라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행하여지는 경우에 선행처분이 실효하는 경우, 또는 두개의 행위가 결합하여 법률효과가 완성되는 경우에는 그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소멸한다는 입장을 취하여 왔다(大判 1999. 10.8, 99두6873; 1999. 10.8, 97누12105). 대법원은 자격정지처분의 취소청구에 있어서 그 정지기간이 경과된 이상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고 설사 그 처분으로 인하여 명예, 신용 등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되어 그 침해상태가 자격정지기간 경과 후까지 잔존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이익은 동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大判 1978. 5.8, 78누72). 5. 판례의 변화 그러나 최근에 들어와 판례의 태도는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제재적 처분기준이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경우, 그 기준은 행정규칙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제재적 취소소송에 제기된 이후에 제재처분의 기간이 경과되어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왔으나(大判 1988. 3.29, 87누1230 ; 1986. 7.8, 86누281 ; 1995. 10.17, 94누14148), 2006. 6.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제재적 처분의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규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처분의 존재로 인하여 장래에 받을 불이익, 즉 후행처분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여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종래 학교법인의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에 임원취임승인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大判 1995. 3.10, 94누8914 ; 1997. 4.25, 96누9171 ; 1999. 6.11, 96누10614 ; 2003. 3.14, 2002두 10568 ; 2003. 10.24. 2003두5877). 또한 학교법인의 이사에 대한 취임승인이 취소되고 임시이사가 선임된 경우 그 임시이사의 재직기간이 지나 다시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면 당초의 임시이사 선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법률상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大判 2002. 11.26, 2001두2874). 그러나 위 대법원 2007. 7.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제소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을 갖추었는데 제소후 취소대상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 동일한 소송당사자 사이에 동일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리고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이 단계적인 일련의 절차로 연속하여 행하여져 후행처분이 선행처분의 적법함을 전제로 이루어짐에 따라 선행처분의 하자가 후행처분에 승계된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소를 제기하여 다투고 있는 선행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하여 줄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고 판시하면서 취소소송의 제기후에 임기가 만료된 사립학교임원의 소의 이익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례의 태도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과 동일하게 보아왔던 종전의 입장과 현저한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독일 행정법원법 제113조 제1항 제4호의 계속확인소송의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의 개념에 상당히 접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변화는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소송의 성격과 법률상 이익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향점을 마련하고 있다. 6. 결어 생각건대 근래의 유력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鄭夏重, 行政法槪論, 739면 ; 洪準亨, 行政救濟法 374면),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의 성격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될 수 있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당해 처분은 이미 효력이 소멸되어 취소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인용판결을 받는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는 당해 처분의 위법성의 확인판단을 받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의한 소송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에서 규정한 계속확인소송의 성격과 유사한 소송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제12조 제1문의 소송과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그 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은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정신적 이익(ideele)을 포함하여 모든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이익을 이와 같이 전향적으로 해석할 경우에 지금까지 소의 이익이 부정되어 각하판결을 받았던 대부분의 경우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어 본안판단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처분의 위법한 취소나 철회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당해 처분의 존속기간이 도과된 경우에도 당해 처분의 위법확인의 판결은 원고에게 소송비용의 부담을 면하게 할 뿐 아니라, 판결의 기판력은 이후에 있을 국가배상청구소송에 있어서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실효된 처분의 차별적인 효과에 의하여 명예나 신용이 훼손된 경우에도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즉시강제의 경우에도 반복되는 위험의 방지를 위하여 소의 이익이 인정될 것이다. 종래의 판례의 소극적인 입장은 행정소송법 제12조 후단이 전단과 동일하게 “법률상 이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서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국회에 제출되었던 행정소송법개정안 역시 현행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취소소송의 판결부분에 “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서, 법원은 원고의 정당한 이익이 있는 한 원고의 신청에 따라 당해 처분이 위법하였음을 선고한다”라는 조문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개선방안이 될 것이다.
2008-10-09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
I 대상판례 (대법원 2005.11.25. 선고 2005도5831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 甲은 내연관계의 乙녀와 언쟁 끝에 소지하고 있던 엽총으로 乙을 살해한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원심은 사건발생시간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정도 경과 후에 이루어진 피고인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W1, W2, W3(각 경찰관)의 진술 및 W3작성 검거경위서, 기타 정황증거 등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피고인은 위 W1 등의 진술과 관련해 전문증거법칙위배,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판단상의 문제점, 범행도구의 불발견 등에 바탕한 합리적 의심의 잔존 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2. 판결요지 피고인 아닌 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해진 때에는 이를 증거로 할 수 있고, 그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내지 제314조의 규정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때에 한해 증거능력이 있다(대법원 2000. 9. 8. 선고 99도4814 판결, 2001. 10. 9. 선고 2001도3106 판결, 2004. 4. 27. 선고 2004도482 판결 등 참조). 다만, 피고인을 검거한 경찰관의 검거 당시 또는 조사 당시 피고인이 범행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는 취지의 법정증언이나 위 경찰관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피고인이 그 경찰관 앞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범행을 부인하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1984. 2. 28. 선고 83도3223, 83감도538 판결 등 참조). W3은 이 사건 발생 당시 근무책임 간부인 경찰관으로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경찰관들에 이어서 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경찰관들로부터 피고인이 유력한 용의자인데 횡설수설한다는 보고를 받고, 순찰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옆자리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범인과 범행 이유에 관해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이 범행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다음, 이러한 과정과 피고인의 진술 내용을 적은 검거경위서를 작성했고 제1심 법정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찰관인 W3이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사실을 들은 경위가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W3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과 W3이 작성한 검거경위서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II 판례의 분석 1. 문제의 제기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이 공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 진술하는 예는 공판실무에서 종종 관찰할 수 있다. 한편, 학설 및 판례도 사법경찰관 등 수사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하고 있다(사법경찰관의 증인적격을 인정한 예로 대법원 1967. 5. 16 선고 67도437판결. 그러나 검사의 경우, 소송주체 내지 당사자지위와의 모순을 이유로 증인적격을 부인, 제한하거나 준사법관적 지위를 고려 증언 후, 제척제도를 준용하는 등의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2005, 419면; 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4판, 서울 : 홍문사, 2002, 465면 참조). 다만, 이때의 진술내용은 주로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해 진술의 임의성이 다투어지는 사례에서 이를 입증하거나 검증결과나 절차와 관련하여 증언하는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위의 경우가 아닌 피의자의 자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사기관 법정증언은 원진술자인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은 “피고인이 아닌 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 표면적으로는 피고인이 아닌 자의 범위에 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포함할 수 있고, 따라서 특신상태만 인정된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피고인이 앞서 진술을 번복, 사실상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대법원 1979. 5. 8. 선고 79도493; 대법원 1983. 6. 14. 선고 83도1011판결;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590판결;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1483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도2287판결; 대법원 1997. 10. 28. 선고 97도2211판결 등). 이하에서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2. 수사기관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기존판례 논거에 대한 분석 기존판례는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서 그 논거로, 만일 사법경찰관 등의 전문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 등의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한 제312조 2항의 입법취지가 상실된다는 점을 든다(한편, 결론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제316조 1항의 특신상태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인한 예도 있다. 대법원 1968.11.19. 선고 68도1366 판결). 참고로 이러한 이해방식은 사법경찰관 면전 하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제313조 1항의 적용 여부문제. 대법원 2006.1.13. 선고 2003도6548 판결 등)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동일한 진술을 반복하는 등으로 소위 내용인정을 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러한 입장은 위 대상판례(밑줄부분 참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판례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의하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는 수사과정에서 획득된 피의자의 자백, 기타 진술이 공판과정에서 증거로 현출되는 방법은 피의자신문조서 등 조서화(調書化)를 거친 형태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① 형사소송법이 제241조 이하에서 피의자신문절차를 엄격하게 법정하고, 특히 제244조에서 그 조서화를 규정하고 이를 의무화한 점(수사기관의 의무적 피의자신문조서작성. 한국 형사소송법 제244조 1항은「피의자의 진술은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② 통상, 수사종결 후 이어지는 공판절차에 상당한 시간적 이격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다수 사건을 담당, 처리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개별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기억, 정확하게 증언함은 기대하기 어렵고, 따라서 오히려 상세하게 작성된 조서를 통해 증거로 현출되는 것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등에서 판례의 입장을 수긍할 여지도 있다. 또한 ③ 비록 판례를 통해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석이 보장되고(대법원 2003. 11. 11. 자 2003모402 결정), 수사실무에서 피의자신문과정의 녹화가 사실상 이루어지는 등,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상당히 진전되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의자신문이 폐쇄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사법경찰관을 증인으로 하여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은 방어방법으로서 사실상 의미가 극히 제한된다고 볼 때, 동일한 강압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서명, 날인 및 간인 등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이 공판절차에 증거로 현출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어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날인이나 간인이 없는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대법원 1999. 4. 13. 선고 99도237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할 때,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된 자백 등 진술이 조서를 통해서 공판과정에서 현출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이해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반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을 수사기관의 의무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피의자가 의도적으로 서명, 날인이나 간인을 거부하거나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나, 범행직후 등으로 조서작성이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진술이 획득된 경우와 같은 예에서와 같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즉 제312조 2항의 엄격한 요건 등을 회피하는 등을 목적이 아닌 한, 조서가 아닌 피의자의 진술을 청취한 사법경찰관 등이 증인으로 증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② 상세히 조서화된 진술이 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피의자신문과정의 가시화가 부족하고 구체적 사안에서 폐쇄적이고 강압적 신문이 의문시 되는 경우라면, 조서에 참여한 사법경찰관 등을 피고인 및 변호인의 반대신문에 노출시키는 것이 피고인의 입장에서 더욱 유효한 방어수단이 될 수도 있고, 구조적으로 재전문증거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서에 비하여 사법경찰관의 증언 쪽이 오히려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점에서 전문증거법칙에 합치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③ 사법경찰관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내용의 인정’이란 필요성과 함께 전문증거의 예외적 증거허용을 결정하는 이른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위한 요건으로 검사작성 조서의 원진술자에 의한 성립의 진정인정 및 특신상태에 추가한 강화요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중요건이 기대된 기능을 다 하는가 이다. 수사실무에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만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내용의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상의 서술과 관련하여 山田道郞, 證據の森 -刑事證據法硏究-, 東京 : 成文堂, 2004, 93-100頁 參照). ④ 마지막으로 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관련하여 제312조 2항의 ‘내용의 인정’이라는 요건은 전문증거법칙의 예외적 허용조건으로서의 기능이라는 측면보다는 사법경찰관 주도하의 피의자신문과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능이 보다 강조된 요건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①에서의 설명과 같이 이러한 요건을 의도적으로 일탈하기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제312조와의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부인할 것은 아니라고 함이 보다 타당한 이해라 하겠다(사법경찰관면전에서 작성된 피의자의 진술서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대법원 1989. 9. 14. 선고 82도1479판결도 이와 유사한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3. 비교판례 :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 한국 형사소송법의 전문증거법칙과는 차이가 있지만 참고로 일본판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最高裁判所 판례는 아니지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한국과 달리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을 허용한 예가 있다. 東京高判平成3·6·18判タ777·240頁은 피고인이 자신의 친부를 살해하고 차제에 그 재산을 처분하여 살인,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빈번히 자백 및 그 번복을 반복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등으로 비협조적 태도를 일관하여 결국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의 자백을 들은 담당 수사검사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 東京高等裁判所는 피의자신문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게 조서작성은 의무가 아닌 재량의 문제로, 조서작성의무를 전제로 동 증언의 증거능력 부인을 주장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일축하고(일본 형사소송법 제198조 3항은「피의자의 공술은 이를 조서에 녹취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수사기관에 피의자신문서 조서작성의무가 없다는 것이 일본통설이다. 松尾浩也, 條解刑事訴訟法 新版增補版, 東京 : 弘文堂, 2001, 321頁) 그 증거능력판단에 있어서 한국 형사소송법 제316조 1항에 해당하는 일본 형사소송법 제324조 1항을 적용(피고인 자신이게 불이익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거나 특신상태가 인정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을 부인할 법령상, 실질적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고인 이외의 자에 수사기관을 제외할 필요는 없고, 피고인의 진술이 정확히 재현되었는지의 여부는 반대신문과정을 통해 음미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피고인 자신이 변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서화 된 경우에 비하여 신용성 등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여 궁극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피의자신문에 비협조적으로 의도적으로 조서작성을 방해한 점 등 역시 이러한 판단에 함께 고려하였다. 4. 결 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해 제안된 형사소송법개정(안) 제312조 2항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동개정(안) 제316조 1항의 피고인이 아닌 자에 피의자신문을 담당한 검사, 사법경찰관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여 피의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수사기관의 법정증언의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이 개정안에서도 해석상 개정안 제312조 2항과의 관계가 문제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개정안 제316조 1항은 개정안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사법경찰관 등의 법정증언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가장 무리 없는 해석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즉, 피의자로부터 진술을 획득한 시기와 장소, 피의자신문과정에서의 피의자의 태도(빈번한 진술번복이나 서명, 날인의 거부여부 등)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신문조서작성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동 증언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개정안만이 아니라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석론이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례의 사실관계가 다소 불분명하지만, 사법경찰관의 법정증언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은 사후적으로라도 충분히 피의자의 진술을 재차확인, 조서화 할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제312조 2항의 요건을 일탈한 것으로 판단한 점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해본다.
2006-07-20
목적 토지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시효취득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
1. 사실관계 1) 원고가 피고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1995년 2월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 그 후 1996년 2월에 피고는 자신이 A(농업협동조합)에 대해 현재 및 장차 부담하는 채무의 담보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A 앞으로 채권최고액 6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2) A가 2000년 11월 위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2001년 9월에 낙찰허가결정이 있었다. 원고는 이 결정에 즉시항고하면서 A를 피공탁자로 하여 5,200여만 원을 변제공탁하였다. 그 후 원고는 다시 A에게 500여만 원을 지급했고, 그러자 A는 2002년 3월 임의경매신청을 취소하고, 나아가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했다. 3) 원고는 이 사건에서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위와 같이 A에 대한 피고의 채무금 합계 5,700여만 원을 대위변제했다는 이유로 그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다(예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그 목적물상의 근저당권 등 물적 부담도 시효취득자에게 이전되므로 원고가 A에게 변제한 것은 피고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채무를 변제한 것이어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4) 원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2. 판결취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소유자는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기까지는 소유자로서 그 토지에 관한 적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 이 경우 시효취득자로서는 원소유자의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한 현상의 변경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이 이루어진 그 토지의 사실상 혹은 법률상 현상 그대로의 상태에서 등기에 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따라서 시효취득자가 원소유자에 의하여 그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시효취득자가 용인하여야 할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할 것이니, 그 변제액 상당에 대하여 원소유자에게 대위변제를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점선은 인용자가 생략한 부분을 가리킨다). 3. 평석 1)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위 판결취지에 찬성할 수 없다. 시효취득자가 소유권이전등기 전에 설정된 저당권(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이 문제되나, 통상의 저당권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겠다)에 대하여 그 부담을 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물적 부담의 차원에서 그러할 뿐이다. 시효취득자 또는 소유권 취득 전의 시효완성점유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원래의 채무자를 상대로 구상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2) 취득시효(이하에서는 부동산소유권의 장기취득시효, 즉 민법 제245조 제1항에서 정하는 취득시효만을 문제 삼기로 한다)가 완성되었으나 아직 그 점유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이하에서 등기라고 하면 소유권이전등기만을 말한다)가 경료 되지 않은 상태, 즉 점유자가 아직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그러한 상태의 점유자를 이하에서는 시효완성점유자라고 한다)에서, 목적물의 소유자가 행한 목적물에 대한 저당권의 설정 기타 부담설정행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나중에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은 시효취득자는 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상태로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다.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시효취득자는 등기가 행해진 때 목적물을 취득하므로(민법 제245조 제1항), 취득시효로 인한 권리변동이 원시취득이라고 하는 통상적인 설명을 밀고 나간다면, 등기 당시에 목적물에 존재하던 부담은 모두 소멸한다고 해야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고한 판례준칙에 의하면, 취득시효의 완성 전에 소유권 양도가 있었던 경우와는 달리, 취득시효 완성 후 원래의 소유자가 그 소유권을 양도하였으면 그 양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시효완성점유자는 이제 그 적법한 양수인에 대하여 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함은 주지하는 대로이다. 그렇다면 이때 소유자가 소유권의 양도가 아니라 저당권의 설정과 같은 부담설정의 처분행위(이하에서는 저당권 설정의 경우만을 논의한다)를 했으면 어떤가? 위와 같은 판례준칙을 전제로 하는 한, 역시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논리에 좇아 그 저당권 설정은 유효하고, 시효취득자는 저당권의 부담이 있는 채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미 大判 91.2.26, 90누5375(集 39-1, 특503)가 시효완성 후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가 행해진 경우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를 밝힌 바 있고, 大判 99.7.9, 97다53632(공보 하, 1567)도 시효완성 후 목적물이 소유자에 의하여 사실적으로 변경된 경우(한편 이와 관련하여 大判 2005.3.25, 2004다23899등(공보 상, 662)이 시효완성점유자가 점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는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음은 주의를 요한다)에 대해서도 동일한 뜻으로 판시했다. 물론 민법 제247조 제1항은 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때에 소급한다고 정하지만, 이는 시효취득자의 점유가 소급하여 적법한 것이 된다는 등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시효완성 후 종래의 소유자가 한 처분의 효력을 반드시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다. 3) 그러나 이상은 어디까지나 물적인 부담에 관한 것이고, 그와 관련되는 채권적 법률관계까지 시효취득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즉 시효취득자에게 소유권 취득이라는 물적 관계에 부수하여 저당권의 부담을 지울지언정, 그 피담보채무의 인적 관계까지 그에게 돌릴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저당권의 부담과 그 피담보채무가 서로 다른 사람에게 귀속하는 예를 무엇보다도 물상보증의 경우 또는 담보물의 제3취득자의 경우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종래의 소유자가 시효완성 후 등기가 넘어가기 전에 -자기 채무의 담보를 위해서건 다른 제3자의 채무의 담보를 위해서건- 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시효취득자는 물상보증 등에서와 같이 단지 물적 부담만을 지는 것이고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므로 시효취득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했다면, 이는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채무자에 대하여 당연히 구상할 수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4) 대상판결도 시효취득자 또는 시효완성점유자가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된다고는 말하지 않으며, 다만 시효취득자의 변제가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구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의 변제를 한 사람이 타인에게 그 출연에 관하여 구상할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는 실질적인 관점에서 그 채무가 종국적으로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에 달려 있고, 그 변제가 변제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타인과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그 타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위탁받은 사람이 그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 그 변제는 자신의 위임사무처리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그는 위임인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민법 제688조). 또 연대채무자 중 1인이 변제를 하는 것은 자신의 연대채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고, 보증인의 변제는 자신의 보증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서, 각기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경우에 그 변제로 인한 구상권이 발생함은 법에 명문으로 정하여져 있는 바이다(민법 제425조, 제441조 이하). 변제가 변제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는 사무관리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사무관리가 구상권 발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닌 것이다. 5) 다른 한편 “자기 소유의 물건에 존재하는 물적 부담을 제거하고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자는 구상권을 가진다. 앞의 4)에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한 경우에도 구상권이 인정되거늘, 하물며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구상권이 발생함에는 이론이 없는 바이다(물론 그 발생원인은 다양하고, 또 증여의 의사로 변제한 경우는 예외이다). 우선 민법 제341조가 질권과 관련하여 물상보증인의 구상권을 명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민법 제370조에 의하여 저당권에 준용된다. 나아가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담보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에도 의문이 없다. 물론 민법 제341조가 제3취득자에게 준용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그것은 그 구상권의 내용을 同條에서 말하는 대로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일 뿐, 구상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시효취득자가 2)에서 본 바와 같이 저당권의 부담을 안게 된 경우를 물상보증인이나 담보물의 제3취득자와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그 전에 우연히 제3자에 의하여 시효취득되었고 그 피담보채무의 변제가 시효취득자에 의하여 저당권의 부담을 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해서 채무자가 구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무런 出捐 없이 자신의 채무로부터 해방되는 불의의 이득을 얻게 되어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 6) 이 사건의 경우에는 아직 등기를 얻지 아니한 상태의 원고가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구상권의 문제에 관한 한 시효완성점유자가 장차 취득할 목적물에 존재하는 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경우를 시효취득자가 그 채무를 변제한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두 경우 모두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점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효취득자와 마찬가지로 시효완성점유자도 물상보증인이나 담보물의 제3취득자와 같이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타인의 채무를 그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도 변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469조 참조).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그 변제로써 저당권이라는 물적 부담, 특히 그 실행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한편 대상판결은 참조판결로 大判 91.2.26, 90누5375; 大判 95.7.11, 94다4509, 大判 99.7.9, 97다53632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 판례는 모두 시효완성점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목적물의 소유자가 행한 법률적·사실적 처분 그 자체의 효력 유무 또는 그 처분으로 그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것이다(그들 중 大判 91.2.26.와 大判 99.7.9.에 대해서는 앞의 2)에서 살펴본 바 있다). 이들은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던 채권적 법률관계의 귀추에 대한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시효 완성된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시효취득점유자에 의하여 변제된 사안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제 판례는 이 사건에서 사건 해결의 결론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쟁점에 대하여 선례적 의미가 없다.
2006-07-10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근로자에 대한 배치전환명령과 그 한계
1. 서설 가. 최근에 근로자의 전보명령과 관련하여 또다시 주목할 만한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 필자는 마침 이 부분에 대한 대학원 과제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까닭에 매우 흥미롭게 위 판결문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일반 사기업체의 근로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근로관계에서 조차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곤 하는 전보(배치전환)명령은 노동법분야와 행정법분야를 아우르는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이에 관한 학계나 실무의 논의가 보다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 서울행정법원 제23부는 최근 2005구합760 사건에서 “이 사건 전보 당시 원고회사에게 배치전환을 실시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반면, 전보 조치된 장모씨는 전보로 인해 작업내용에 질적 변화가 생기는 등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보다 전보로 인해 장씨가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훨씬 크므로 원고는 전보를 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장씨와 협의를 하는 등의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라고 밝혔다. 다. 위 최근의 하급심 판례는 과거 대법원 1991. 9. 23. 선고, 90다12366 판결을 그 모태로 삼되 그보다 한 걸음 발전한 판례라고 생각되는바, 이 기회에 위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사건 변경 전 제27조)의 내용인 근로자의 배치전환명령(전보명령 내지 전근명령과 유사 의미)의 근거와 그 한계 및 나아가 바람직한 심사판단 기준까지를 간략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2. 대법원 90다12366판결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피고 쌍용양회공업 주식회사가 경영하는 동해시 소재 동양공장에서 환경안전관리 실사원(직급상 4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회사는 피고회사의 창립자 동상을 건립하여 회사 창립 기념일인 1988. 5. 14. 제장식을 갖기로 하고 사원 중 원고를 포함한 18명을 안내요원으로 선발하였다. 나. 한편, 원고는 1988. 5. 14 강릉에서 실시하는 고압안전관리자 정기교육에 참석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원고의 직속상관인 소외 김용남이 같은 달 12일 원고에게 동상제장식 요원으로 선발되었으니 고압 안정관리자 정기교육을 연기하고, 그 다음 날의 동상제장식 예행연습에 참석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위 정기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환경안전관리실 차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후 위 정기교육에 참석하고, 예행연습 및 동상제장식에 불참하였다. 원고는 같은 달 16일 원고의 불참을 나무라는 위 김용남에게 정기교육 참석여부를 결정한 결재권이 있느냐고 따지면서 폭언을 하였다. 다. 피고회사가 원고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위원회는 원고가 ① 직속상관인 위 김용남의 동상제장식 및 예행연습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차상급자인 안전 관리실 차장을 상대로 하여 조직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무시하였고, ② 직속상사의 정당한 명령에 불복종하고 폭언, 협박 등의 불손한 언동으로 위계질서를 문란케 함은 물론 근무분위기를 해쳤다는 점 등을 비위사실로 들어 원고에 대하여 견책조치로 다른 공장으로의 전출을 결의한 다음 원고에 대하여 견책처분을 함과 동시에 군산 분공장으로의 전출을 명령하였다가 노동조합에서 위 전출명령이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하자 이를 취소하고 같은 달 29일자로 북평 공장으로의 전출명령을 하였다. 원고가 위 전출명령에 불응하자 피고회사는 원고를 다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위원회에서는 원고를 면직하도록 징계의결하고 동해공장장은 위 인사위원회의 품의에 따라 같은 달 26일 원고를 징계면직하고 같은 달 29일 해고 하였다. 3. 각 심급별 판결 가. 1심 ; 서울 민사지방법원 1989. 12. 28. 선고, 88가합 54331 판결 1심법원은 전출명령은 근로계약의 내용의 변경하는 행위이므로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고,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전출의 권한을 위임하기로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그 전출 명령권을 무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령 및 근로계약의 내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출명령이 당해 근로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행사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은 전출명령은 그 권능의 남용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전제하고, 설사 원고에게 비위사실이 있어 징계의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회사로서는 조업규칙에 정한 절차에 따라 조업규칙에 정한 내용의 징계만을 할 수 있을 뿐이며, 사원의 이동은 사원이 능력과 사업상의 필요성 및 그 이동이 근로자의 생활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어 징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원을 전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징계의 일환으로 한 피고회사의 원고에 대한 전출명령은 그 징계사유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이 전출명령권의 한계를 벗어난 전출명령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하여 무효인 전출명령에 대한 불응을 사유로 한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나. 2심 : 서울고등법원 1990. 9. 28 선고 90나 70456 판결 2심법원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사건 당시는 개정전 제27조 1항)에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고, 근로자에 대한 전직은 피용자가 제공하여야할 근로의 동료와 내용 또는 장소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고용자, 즉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경우 ① 원고에게 피고회사 동해공장에 근무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만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원고가 피고회사에 조업함에 있어서 근무지를 동해공장으로 한정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고, ② 피고회사는 원고가 그의 직속상사인 위 김용남의 지시를 무시한 채 동상제장식과 그 예행연습에 참석하지 아니 하고, 나아가 이를 추궁하는 위 김용남에 대하여 상사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고 폭언까지 하여 피고회사 내의 인화와 근무 분위기를 크게 훼손하였고 동해공장의 다른 부서에서도 원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회사 내의 질서 유지와 근무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부득이 군산분공장으로의 전출명령을 하였다가 이것이 가혹하다는 노동조합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거리상으로 보아 불편함이 없는 부평공장으로의 전보명령을 하게 된 것이므로 부정기이동의 요건인 인사관리상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아니할 수 없으며, ③ 원고가 북평공장에 전출을 가더라도 이사를 하여야 한다거나 출근함에 있어서 불편이 있는 등 생활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⑤ 원고에 대한 인사권자인 동해공장장 등은 위 전출명령을 함에 있어서 관계 공장장과 협의를 하는 등 피고회사의 인사규정에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쳤으므로 결국 동해공장장들이 원고를 북평공장으로 전출시킨 명령은 재량권의 범위내 행위로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원고가 피고회사의 정당한 전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사유로 한 이사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결요지 (1) 근로자에 대한 면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 의 권한에 속하여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재량이 없는 한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원고에 대한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전출명령이 무효라거나 원고가 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근로자에 대한 전출명령이 무효가 아니라면 원고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 이며 원고가 전출명령에 따른 부임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이를 이유로 피고 회사의 조업규칙이나 이사규정에 따라 원고를 해고한 것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4. 평석 가. 들어가는 말 (1) 최근의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처하거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등 다양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노동력의 배치상태를 변경하기 위한 인사이동을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 관례로 되고 있다. 인사이동은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근로자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한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2) 이와 같이 배치전환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유용한 것이나 반면 근로자의 입장에 서보면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에 못지않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인데 직장에서 직무내용이 변경됨에 따라 그러한 노력이 좌절될 수도 있다. (3) 또한 작금에는 부당한 해고가 금지되고 해고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확립됨에 따라 이와 같이 배치전환을 통한 탈법적 형태가 보다 심해지는 것으로 보이는바, 우리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해고 및 징계에 대한 실체적 제한규정과 함께 정당한 이유가 없는 ‘전직’을 금지함으로써 사용자의 자의에 의한 부당한 배치전환을 금지하는 예외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 시간 배치전환령의 자의적 발동을 제한하기 위한 법리문제는 근로계약의 성립, 변동, 소멸을 주된 대상로 하는 노동사법 및 행정공법의 분야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나. 위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위 평석대상 판결은 배치전환명령의 성질에 관하여 이른바 포괄적합의설을 천명한 것으로 현재 주류적인 대법원판결과 그 취지를 같이 하고 있다. (1) 이 사건 사안에서는 직장의 상사가 함께 근무하기를 기피한다는 것이 다른 공장으로 배치 전환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나 이곳 에서는 배치전환의 근거, 배치전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해석, 배치전환의 한계, 그리고 일반론으로서의 배치전환문제에 대한 시각과 사실인정의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2) 배치전환(전보)명령의 의의 배치전환(전보)이라고 함은 동일 기업 내에 있어서 근로자의 직종, 직무내용, 직급, 근무장소 중 어느 하나를 장기간에 걸쳐 변경하는 전업내의 인사이동의 하나이다. 근무장소의 변경없이 직무내용만이 변경되는 협의의 배치전환과 근무 장소가 변경되는 전근(또는 전직, 전출)을 합쳐 광의의 배치전환이라고 한다. (3) 배치전환(전보)명령권의 근거 (가) 포괄적 합의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개개의 구체적 노동의 일부를 약정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력의 사용을 포괄적으로 사용자에게 위임하는 것이므로 노동의 종류, 방법, 태도 또는 장소에 관하여 특히 합의가 없는 한 그 개별적 결정의 권한이 사용자에게 위임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로 근로계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노동의 종류, 방법, 태양 또는 장소 등 노동의 종류를 상세하게 결정 또는 변경하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지시명령권)을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사용자의 기본적 권리라고 하고, 다만 인사권이 형식적이라고 하여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당해 인사권의 행사는 전업 운영상의 합리성, 필요성에 근거하여야 할 뿐 아니라, 대상이 된 관여자의 생활상의 이익에 관하여도 적절한 배려를 하여야 하며, 인사권의 행사과정에서도 성실한 절차를 가질 것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그 중 하나라도 결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 된다고 하기도 한다. (나) 계약설(개별적합의설) 사용자의 배치전환명령은 근로계약에 의하여 약정된 노동의 종류 내지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배치전환하여 종전과 다른 근로의 제공을 가지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로 하고, 미리 특약으로 직부내용, 근무 장소 등의 결정, 변경권이 근로자로부터 사용자에 대하여 부여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자는 매번 근로자의 동의 얻지 않으면 배치전환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견해를 따로 개별적합의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다) 검토 1) 포괄적합의설의 입장에서도 예외적으로 노동의 종류 또는 장소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특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견해는 원칙과 판례가 뒤바뀌어 결과적으로 입증책임을 뒤집어버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된다. 2) 근로계약설의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해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 된다. 예컨대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는 은행에 적용된 대학졸업자의 경우 근로계약상의 근무 장소는 본점 및 전국의 모든 지점 또는 영업소이고 처음 배속된 근무 장소만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배치 전환하는 것은 계약의 사안의 변경이 아니라 단순히 계약의 이행과정에 불과하고 배치전환명령은 단순한 노무지정권 행사로서 사실행위가 된다. 3) 배치전환은 경영포기 또는 공장이전 등의 경우에 해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많아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바, 정리해고의 요건의 충당하기 위하여 정리 해고를 하기 전에 다른 사업장으로 배치 전환할 수 있을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근로자의 구제 부분에 상당한 배려를 한 절충적 견해) (5) 근로기준법 제30조와 배치전환명령의 한계 (가) 근로기준법 제30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유직, 정직, 전직, 면봉 기타 처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직’은 근무 장소의 변경을 수반하는 배치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위 규정은 해고에 대한 일반적, 실체적 제한규정으로서 위 규정에서의 “정당한 이유”는 독일의 해고제한법이 해고의 실체적 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근로자의 행태상의 사유, 명백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사유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통설이다. (다) 배치전환은 경영상황의 변화에 따라 노동력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변경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나 성질이 해고 또는 징계와 전혀 다르고, 실체적 제한 개념인 “정당한 이유”를 통일적으로 해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함께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 그 입법 취지는 현실적으로 전근이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또는 징계에 못지않은 불이행처분이 될 수 있고, 전근을 가장한 징계 또는 전근을 통한 해직의 강요의 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고 및 징계의 제한규정이 실효성을 갖게 할 의도에서 전근의 제한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 따라서 배치전환의 근거와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감안하면 배치전환문제에 관하여 다수 견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1) 먼저 당해 배치전환명령이 근로계약의 범위 내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 범위를 면탈한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2) 다음으로 당해 배치전환명령에 대한 정당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아니면 경영상의 필요성을 포장한 부당한 목적이 있는지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3) 결과적으로 당해 배치전환명령에 대하여 정당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당해 배치 전환명령으로 인하여 근로자 개인이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형량 하여 후자가 부당히 크다면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이다. 5. 맺는말 법은 자유롭고 대등한 당사자가 계약을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있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인 사용자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 사이의 고용계약의 현실은 대등한 당사자라고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근로관계 법률을 통하여 많은 강제규정을 두어 근로자의 이익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근로기준법 제3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최근의 위 하급심 판결을 기화로 앞으로의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3조의 입법목적에 좀 더 접근하여 근로자를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판결을 선고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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